허위 광고·블로거들 동원해 고객 유인
피해자 170여명 오픈채팅방서 대책 논의
70여명은 거주지 경찰서에 신고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해외 명품을 싸게 판다고 광고한 후 돈만 받고 잠적하는 사기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1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월부터 이달 초까지 전국의 170여명은 구찌, 루이비통, 샤넬, 입생로랑, 디올 등 명품의 해외 구매를 대행해주는 인터넷 쇼핑몰 이엔지(ENZ)에 물품 대금을 지급한 후 물건을 받지 못했다.

이들이 지급한 금액은 1인당 평균 100만원, 총액은 1억7천만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사람이 지급한 금액은 1천만원에 달한다.

확인 결과 이앤지는 유모씨 명의로 지난 1월께 온라인 매장을 열고 광고를 시작해 2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으며 이달 초 고객들과 연락을 끊었다.

이엔지는 그동안 해외 공급업체와 직접 계약해 백화점보다 제품가격이 10∼60%가량 싸다고 홍보했으며, 고객의 돈을 받고는 "물건이 배로 들어온다" "인기 상품이 1차 검수에서 불합격돼 다시 검수하느라 시간이 걸린다" 등의 핑계를 대며 무려 2∼3개월 동안 물건을 전달하지 않았다.

일부 고객에게는 실제로 명품을 전달한 후 쇼핑몰에 사진과 후기 등을 올리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 블로거들을 이용해 쇼핑몰을 홍보함으로써 고객들의 의심을 잠재웠다.

그러나 이엔지의 유모 대표가 이달 초 잠적하면서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했음을 알게 됐다.

피해자 중 한명이 지난 1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한 후 하루 만에 100명의 피해자가 모였으며 그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채팅방에서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데, 피해자들 절반 정도가 거주지 인근 경찰서에 신고를 마쳤다. 상당수는 생업이 바빠 경찰서 신고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경찰서들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 걸쳐 있어 곧 사건을 한 곳으로 취합해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해자가 이엔지의 경기도 일산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보니 공용 공간의 작은 방 한칸을 빌려 주소만 올려놓았으며 임대 계약도 6월 말까지로 돼 있었다고 한다. 이엔지는 처음부터 사기를 칠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피해자 A씨는 "어버이날 선물로 가방을 사드리려다 당했다. 쇼핑몰 사이트의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해도 전화가 꺼져있고 문자, 카톡, Q/A 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아무런 답이 없어 사기임을 알았다. 이엔지의 광고가 아직도 포털에 올려져 있어 피해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B씨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대부분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데 이런 사기 행각이 너무 쉽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정부 기관이나 경찰의 사이버수사 등은 대응이 늦어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전자상거래 사기에 대한 즉각적인 도움과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씨는 "해외직구가 어렵고 백화점보다 싸서 이엔지를 이용하게 됐다. 처음 제품을 구입했을 때 늦게 배송되기는 했지만 감정 결과 정품으로 입증돼 사기일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 그래서 두번째는 여러 종류 제품을 다량으로 구매했는데 업자가 사라졌다. 제품 가격도 의심할 정도로 헐값은 아니었으며 백화점보다 몇십만원 싼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C씨는 "조직적으로 계획된 사건이다. 피해자들이 신고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사기꾼은 돈을 빼서 멀리 도망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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