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아령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재고로 쌓여있는 면세품을

한시적으로 국내 유통시장에서 팔 수 있게 정부가 허용했다. 

이는 경영난에 빠진 면세점 업계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고가 명품 브랜드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엿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면세품 판매가 가능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관세청은 면세물품의 철저한 관리를 위해 면세점의 재고물품 처리를 엄격히 제한해 폐기 또는 공

급자에 대한 반품만 허용해 왔다.

 그러나 입출국 여행객이 93% 감소(3월 기준·전년 동기 대비)하는 등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맞아 면세

업계의 건의를 전격 수용했다.

면세업계 내외부에서는 면세 재고 소진의 관건인 가격과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중 판매 품목과 수량, 가격이나 시기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 판매 재고 반입 시기 결정과 수입통관 신청 등 후속 조치는 오롯이 업계 몫으로 남아 있다.

관세청은 "이제부터는 업계가 알아서 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과정상 필요한 부분을 요청한다면 적극 

검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업계가 3~6개월 전 올해 봄철 관광 성수기를 예상하고 대량 발주한 물품은 고스란히 재고로 쌓였

다. 곧바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져버린 것이다.

 현재 업계 재고 물량은 3조 원 가량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세청은 국내 처음 장기 재고에 한해 면세품 판매를 한시 허용하면서 재고 20% 소진 가정 시

 약 1600억 원 현금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유통회사들이 관세를 그대로 내야하는 만큼 소비자가격이 크게 낮아지진 않을 것이

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면세점이 직접 국내 소비자에게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닌, 국내 유통회사가 면세점 상품을 사들인 뒤 소

비자에게 재판매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이때 국내 유통회사는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내야하며, 상품 가격 결정엔 면세점, 국내 유통회사, 상품 

브랜드 회사 등의 협의가 필요하다.

통상 면세품은 수입할 때 부과되는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이 면제되면서 화장품·향수 35%, 의류·가방 

25%, 일반 잡화류는 20%가량 수입품보다 가격이 낮다.

 이외 전자 제품 27%, 녹용 45%, 모피 제품 30% 선으로 면세로 인한 할인율이 높은 편이다. 

국산품도 관세 제외 나머지 소비세 등이 면제되면서 10%가량 할인 효과가 있다.

이 같은 면세품이 시중에 유통된다면 해당 세금이 부과된 상태이기 때문에 면세품으로서 누리는 할인 효과는 없어진다.

업계에서는 국내 재고 판매가 수익보다는 재고떨이의 성격이 강해 자체적으로 브랜드와의 조율을 거

쳐 판매 할인 폭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명품 브랜드의 경우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자신들의 상품이 저렴한 가격으로 아웃렛

에 풀리는 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국내에서 판매될 재고 면세품은 패션·잡화 위주로 구성될 예정이다. 

유행에 민감한 의류, 가방, 안경, 액세서리 등 패션·잡화 상품은 시즌이 지나면 사실상 면세점에서 판매

가 불가능하다는 게 면세업계의 설명이다.

화장품이나 향수, 주류, 식품류, 담배 등은 국내 판매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보관 기간이 짧은 식품류의 경우는 유통기한이 임박할 경우 전량 폐기된다. 

반면 유통기한이 긴 데다가 유행을 덜 타는 화장품, 향수, 주류, 담배 등은 시간을 갖고 면세점에서 판매

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소비자가 구입하는 가격엔 아웃렛·백화점, 홈쇼핑 등 판매처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고 할인 유통 판매처는 롯데나 신세계, 현대 유통사 아웃렛 등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시중 판매 시점은 이르면 다음 달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확정할 수는 없는 상태다.

 전자 제품이나 화장품 등 품목별 요구되는 절차도 차이가 있다.

 특히 명품 브랜드는 자체 가격정책을 까다롭게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도 면세 물품에 대한 국내 판매를 해본 적이 없으므로 새로운 가격 책정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제품별로 백화점이나 아웃렛에서 파는 제품들보다 10~20%

가량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