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도 멀찌감치 따돌린 구찌…20년만에 최고 전성기
2015년 1월. 무명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가 술렁였다. 쟁쟁한 후보들이 하마평에 올랐는데 특별히 두각을 나타낸 적 한 번 없이 구찌에서 10여 년 일한 디자이너가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
같은 해 CEO(최고경영자)로 부임한 마르코 비자니가 미켈레에게 커피 한 잔만 하자고 했다. 회사를 떠날 생각이었던 미켈레는 아무런 긴장감 없이 그를 맞았고, 둘은 패션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통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비자니는 구찌의 유산을 잘 알면서도 단순한 제품이 아닌 감정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줄 디자이너를 찾고 있었다. 이미 추락하는 회사여서 아무 걱정 없이 하고 싶은 대로 디자인을 해도 된다는 말도 건넸다.
그렇게 미켈레는 구찌의 2015 가을/겨울 컬렉션을 이끌었다. 바로크 스타일(16~17세기 유럽 미술양식)과 현대미술에서 영감을 얻어 성 구분을 완전히 파괴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패션잡지 보그는 "아무도 예상 못한 작품이 나왔다. 놀랍다"고 호평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구찌는 20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구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4.6% 증가한 62억유로(약 8조2300억원). 이는 2000년대 들어 처음 누려보는 최고 성장세다. 2016년 전년대비 매출이 21%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의 2배를 뛰어넘었는데, 다시 한 번 기록을 갈아치운 것. 구찌는 이제 모기업인 케어링그룹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구찌가 살아나면서 케어링그룹 주가도 지난 1년간 3.7배가량 올랐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5% 증가한 154억7800만유로(약 20조5400억원), 영업이익은 56.3% 증가한 29억4800만유로(약 3조91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7억8600만유로(약 2조3700억원)로 119.5%나 늘었다.
루이비통을 보유한 명품 라이벌 LVMH도 멀찌감치 따돌렸다. 2015~2016년만 해도 주당 10유로 안팍의 주가 차이를 두고 티격태격했지만, 지난 22일 기준 케어링그룹 주가는 394.1유로, LVMH는 245.05유로로 케어링이 60%나 앞서며 왕좌에 앉은 모습이다.
케어링(하양), LVMH(파랑), 리슈몽 주가 변동률 추이(2016년 4월26일=0 기준, %)/자료=블룸버그 |
비자니 CEO가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설치한 '그림자 위원회'의 역할도 컸다. 그림자 위원회의 조언으로 구찌는 35세 이하 밀레니얼 세대(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태어난 세대)를 집중 공략했다. 구찌 매출의 57%는 이들에게서 발생한다.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희소성이 명품의 가치를 정한다고 생각하는 기존 명품 브랜드들의 틀을 깨고 구찌는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희소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꺼내 든 것이 온라인 독점 카드. 자사 온라인몰 및 공급 계약을 맺은 대형 온라인패션몰과 서로 겹치지 않는 다른 콘셉트의 독점 상품을 선보인 것.
이밖에 지난해 9월에는 여행 앱 '구찌 플레이스'를 선보였다. 구찌가 영감을 받은 전 세계 곳곳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 앱을 깐 이들은 인근에서 알람을 받게 되고 앱을 통해 화보 촬영 뒷얘기, 해당 장소와 관련한 구찌 역사를 볼 수 있다.
마치 '포켓몬 고'처럼 배지를 모으고 현장에서 판매하는 한정판 컬렉션을 구입할 수 있는 등 특별한 여행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았다. 이를 통해 구찌 온라인 매출은 1년 사이 85% 넘게 증가했다.
이같은 호조세는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다. 케어링그룹 회장이자 CEO인 프랑소와 앙리 피노는 "올 1월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며 "올해 전망도 밝다"고 설명했다. 유로화 강세로 유럽 기업들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BNP파리바 등 금융권 역시 올해 구찌를 비롯한 케어링그룹의 매출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구찌 컬렉션. /사진=구찌 SNS. |
출처: 머니투데이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22314324986540